WOWOW의 연속 드라마 W-30에서 방영 중인 <나는 죽어 버렸다!>는 유령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다.
변두리의 호스트 클럽에서 일하는 사쿠라다 카즈히코(야기라 유야)는 어느 날 아침, 쓰레기 차에 치여서 생을 마감하고 유령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 사쿠라다는 길을 해메다가 같은 유령인 모모야마 테츠로(카야 소우야)가 말을 걸어오면서 유령들이 함께 사는 오래된 소바집으로 안내를 받는다.
잘 나가지 못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던 모모야마, 간호사였던 사사키 사키(카와에이 리나), 파라파라 댄스를 좋아하던 갸루 여고생 코모리 린(나가사와 이츠키), ‘와비사비’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유령 나이 400살의 센노 리큐(산유테이 코라쿠)와 만난 사쿠라다는 다섯 번째 유령이 되어 그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유령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드라마는 각 유령들의 과거에 초점을 맞춰서 그들이 전생에 남긴 미련에 대해 하나둘씩 이야기한다.
미련을 해소한 유령들이 한 명씩 성불해나간다는 이야기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심플한 휴먼 드라마지만, 영상과 대사 그리고 음악이 너무나도 독특해서 드라마의 형식을 빌린 또 다른 영상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감독, 각본에는 나가히사 마코토. 광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가히사는 네 명의 여중생이 사백 마리의 금붕어를 학교 풀장에 풀어 놓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단편 영화 <그렇게 우리들은 풀장에 금붕어를,>을 2017년에 연출, 제33회 선댄스영화제 단편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후, 부모님을 잃은 네 아이가 음악을 통해 마음을 회복하는 모습을 그린 음악 영화 <위 아 리틀 좀비>와 배우 모리타 고 주연의 콘텐츠로 제작된, 자신이 죽는 날을 알게 된 남자의 인생을 그린 단편 영화 <데스 데이즈> 등 참신한 영상물을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나가히사는 빛과 어둠의 대조가 극단적인 영상을 빌려서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철학적인 갈등을 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WOWOW에서의 드라마 제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 <FM999 999 우먼 송즈>도 뮤지컬 기법으로 제작된 군상극이자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드라마인데, 작품들이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굉장히 독창적이다.
또한 극 중 흐르는, 발랄하면서도 어딘가 일그러진 것처럼 들리는 음악 또한 나가히사의 작품의 큰 특징이다.
<나는 죽어 버렸다!>의 배경 음악은 하세가와 하쿠시가 담당했는데, 발랄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쓸쓸하게 들리는 음악은 이 작품의 세계관에 딱 들어맞는다.
이 작품의 주제곡인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돌아온 주정뱅이’의 편곡도 하세가와가 담당했다. 애초에 ‘돌아온 주정뱅이’ 자체가 테이프를 빨리 감기 한 보컬이 ‘죽음’을 즐겁게 노래한, 실험적인 곡이다. 하세가와의 편곡으로 그 일그러짐이 더욱 강해져서 유령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 어울리는 주제곡이 되었다.
사쿠라다를 비롯한 유령들은 얼핏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대화를 끝없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유령들 간의 관계가 썩 좋지만은 않고, 일상에서 자잘한 마찰이 일어나므로 초반에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당황스럽지만, 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기력한 대화가 어느새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풀장에 금붕어를,>을 영화화 한 이유에 대해 나가히사는 “중학생이 풀장에 금붕어를 풀었다”는 뉴스를 보고 “이 아이들을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을 리가 없다”라고 생각한 것을 계기로, 영화에 일부러 쓸데없는 장면을 넣었다고 웹 매거진 ‘후이넘’에서 이야기했다.
일부러 쓸데없는 장면을 넣는다는 발상은 아마도 나가히사의 작품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쓸데없음’이야말로 작품 세계를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